우금숙, 『낙태에 대한 윤리적 고찰』,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1995


- 서론 -

1. 연구의 동기

인공유산이란 태아가 모체 밖에서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기 전에 인위적으로 임신을 중절시키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인공유산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공유산에 의한 모체의 위험이 줄어들고, 또 어느 때에나 산모가 원하기만 하면 인공유산이 비교적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인공유산에 대한 산모의 정신적인 태도를 변화시키게 되어, 인공유산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행해질 수 있게 되었다. 이로 말미암아 인공유산은 점차 의학적 문제에서 윤리적 문제로 변해가고 있다.

현재까지도 인공유산에 관한 논쟁은 뚜렷한 해결없이 계속되고 있다. 195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이 제한된 범위에서 인공유산을 법적으로 허용함에 따라 아무런 죄의식이나 책임감 없이 인공유산이 행해지고 있으며, 또한 현대에 이르러 사회가 다양해지고 성개방 풍조와 쾌락추구의 물결이 밀려옴에 따라 인공유산이 성행되고 있다.

인공유산에 관한 논의는 서로 다른 세 가지 입장, 즉 보수주의적 입장, 자유주의적 입장 그리고 절충주의적 입장이 있다. 보수주의적 입장은 어떠한 환경하에서도 인공유산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해 종교적 이유와 철학적인 여러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이러한 이유로는 생명의 절대적인 존엄성이라는 개념, 무고한 인간에 대한 신성불가침성, 태아는 임신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인간이므로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는 카톨릭의 전통적인 가르침 등이 있으며, 또 인공유산을 찬성하는 정책이 심신장애자나 노인과 같은 원하지 않는 사람을 죽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이러한 보수주의 입장중의 하나이다. 반면에 자유주의자들은 여러 이유 중 어느 하나만으로도 임신중절은 정당화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유에는 태아의 건강상태, 산모의 건강상태, 산모의 생애, 자신의 신체를 좌우할 수 있는 산모의 권리, 그 가족의 경제적 상황 등이 해당된다.

다른 한편 절충주의자들은 이 두 입장의 중립을 추구한다.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는 인공유산을 인정하나. 태아와 부모 두 당사자에게 아무런 고통이 없는 경우에는 인공유산을 인정하지 않는다. 태아는 권리를 지니며 산모 또한 권리를 지니고 있다. 이 두 권리가 충돌할 때 그 결정은 태아에게는 죽음으로, 산모에게는 죄의식을 수반할 것이다. 이것은 비극적인 선택이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최소한의 악이 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따라서 절충주의자들은 좁게 한정된 경우, 즉 비극적이고 어떤 손실이 뒤따르는 경우에만 인공유산을 허용한다.

이렇게 보면 결국 인공유산을 도덕적 문제로 부각시키는 것은 태아의 인간성에 관한 문제이다. 태아가 인간인 경우에는 태아와 산모는 권리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또 태아가 인간이 아니더라도 그것은 인간의 생명체인 만큼 도덕적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본 논문은 "생명윤리"의 관점에서 인공유산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구체적인 도덕 문제를 윤리적으로 고찰한다는 것은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도덕판단의 근거를 살펴보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는 윤리적 판단이 어떤 규범 또는 윤리 이론들에 근거하고 있는지, 근거하고 있는 규범이나 이론들은 타당성이 있는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각 판단들이 근거하고 있는 궁극적인 윤리이론이나 도덕원리 중에서 어느 것이 실천적인 문제에 적합한지를 살피고, 가장 적합한 이론이나 원리를 선택해야 한다. 이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는 타당한 이유들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선택한 이론이나 원리에 구체적인 문제를 적용하여 어떤 판단들을 내리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바로 도덕문제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며, 윤리학적 고찰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논문은 먼저 인공유산의 도덕적 문제를 이론적으로 고찰해 보고자 한다.

 

2. 연구의 방법 및 범위

본 논문에서 사용된 연구 방법은 인공유산에 관한 여러 문헌들을 비교분석하여 우리의 현실과 함께 인공유산에 대해 생각 해 보는 방식이다.

Ⅱ장에서는 사회적인 문제로서의 인공유산, 즉 인공유산의 상식적 정당화의 한계 등에 관한 인공유산에 관한 일반적인 의식들을 다루어 보고, Ⅲ장에서는 낙태의 이론적 정당화와 태아의 도덕적 지위를 정리해 보고, Ⅳ장에서는 낙태와 "생명의 권리"에 대해서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Ⅴ장에서는 낙태에 대한 본 논문의 결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Ⅴ. 결론

지금까지 인공유산에 관한 여러 가지 견해들을 문헌자료를 통해서 살펴보았다.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인공유산을 도덕적 문제로 부각시키는 것은 태아의 인간성에 관한 문제이다. 태아가 인간인 경우에는 태아와 산모는 권리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또 태아가 인간이 아니더라도 그것은 인간의 생명체인 만큼 도덕적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태아는 수정순간부터 인간임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인공유산의 문제는 유산을 하고자 하는 여성의 권리와 태아의 생존권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두 권리는 어느 하나의 권리를 희생시키지 않는 한 어느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서로 상충된 권리를 희생시키지 않는 한 어느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서로 상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둘 중의 하나를 부정함으로써 이 갈등적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였다.

보수주의 입장은 생명이 최고선이라는 도덕적 관점에서 인공유산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한다. 보수주의는 죄없는 생명을 의도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범죄행위라는 것이다. 단지 정당방어에 의한 살인만을 예외로 인정하는 보수주의는 공격자가 아닌 사람을 죽이는 것은 도덕적 의미에서 살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태어나지 않은 생명체는 타인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없고, 자기자신을 방어할 수도 없는 무구의 존재이며, 태아는 죄없는 생명체이다. 따라서 우리는 태아와 유아를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가진다.


물론 태아가 산모의 생명을 위협할 경우에는 예외이다. 태아를 제거해야만 엄마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태아가 일종의 '죄없는 공격자'가 되는 것이다. 아기와 엄마 가운데서 한 생명의 희생이 있어야만 다른 생명이 구원될 때 누구를 택하느냐 하는 문제는 현실에서 종종 나타나는 문제이다. 만약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태아를 희생시켰다하더라도 엄마의 생명이 태아의 생명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만약 그것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면 우리는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가 아닌 까닭에 오로지 엄마만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대답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상황에서 결국 엄마의 생명을 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궁극적으로 보수주의적 입장의 한계를 드러낸다. 그러므로 보수주의 입장은 다음 두 가지 입장에서 한계점을 가진다.

첫째, 낙태 반대의 근거로 태아의 무방비와 무구함을 내세우는데 있다. 이렇게 본다면 무방비한 상태에 처해 있고 죄가 없는 것은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은 죄없는 생명의 절대적 불가침권을 인간에게만 적용하고자 한다.

둘째로, 태아의 제거를 통해서만 엄마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갈등의 상황에서 한계에 부딪힌다. 그리고 자신이 처해 있는 사회적 조건을 고려하여 낙태를 결정한 엄마의 행위를 무조건적으로 매도하는데도 문제가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엄마의 생명이 문제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떤 고통과 희생도 가능한 한 인격의 소멸(인공유산)과 견줄 수 없다는 것이다. '태아는 잠재적 인격이다'라는 명제는 보수주의자들이 인공유산을 반대하기 위해 제시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이다. 따라서 보수주의 입장은 낙태와 유아살해의 사이에 어떤 차이도 발견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공리주의적 관점에서는, 특정한 인공유산 행위가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있기 위해서는 그것이 욕구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그것은 도덕적으로 허용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리주의 관점에 있어 인공유산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근본이 되는 것은 인공유산의 결과를 평가함에 있어 인공유산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근본이 되는 것은 인공유산의 결과를 평가함에 있어 이미 태어난 자에 대한 결과만을 고려해야 하는가 아니면 태아에 대한 결과도 역시 고려해야 하는가?이다. 특히 인공유산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결과를 평가함에 있어 태아가 계속 살아 있음으로써 그에게 생겨날 결과를 포함시켜야 하는가? 또 인공유산으로 인해서 생기는 결과를 평가함에 있어, 태아가 생존하지 못함으로써 그에게 생겨날 어떤 이해득실을 고려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공리주의자들은 이들 두 가지 문제에 서로 다른 대답을 하고 있다. 만일 산모가 인공유산을 하지 않을 경우 태아는 생존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갖는 욕구의 일부는 충족되고 다른 일부는 좌절될 것이다. 만일 그의 삶의 질이 높은 것일 경우 인공유산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며, 따라서 인공유산을 하지 않는 쪽이 택해져야 한다. 반면에 태아의 삶의 질이 낮은 것일 경우에는 인공유산을 하지 않는 쪽이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되며, 인공유산을 하지 않는 것이 그르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인공유산에 대한 자유주의적 입장은 자유주의적 헌법국가에서 차지하고 있는 형법의 역할에 관한 평가로 결정될 수 있다. 자유주의 입장에 의하면 행위가 부도덕하다고 해서 모두 처벌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물론 자유주의자들은 인공유산이 없거나 거의 없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라고 믿고 있다. 인공유산의 문제와 관련하여 자유주의 국가가 관용할 수 있는 한계는 자신의 생존에 관련되지 않는 한 인공유산을 원하는 산모들의 자발적 의지와 관심은 설득력 있는 논거가 될 수 없다. 전통적으로 남아선호의 사상이 뿌리깊은 사회에서 단지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공유산을 한다면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인공유산이 사회적으로 관용될 수 있기 위해서는 비록 도덕적으로 거부감을 유발시킨다고 할지라도, 살인행위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히 인식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두 도덕적 입장을 살펴볼 때 결국, 인공유산에 관한 논의는 산모가 절대적인 유산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태아도 살 권리를 갖는 것으로 두 권리가 똑같이 대립되어 있다. 여기서 태아의 살 권리를 갖는 것으로 두 권리가 똑같이 대립되어 있다. 여기서 태아의 살 권리는 태아의 생존권은 갈등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산모에게 선택의 권리를 부여할 때 태아의 살 권리는 박탈될 수밖에 없고, 그 반대로 태아의 살 권리를 인정한다면 산모의 선택권은 그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산모와 태아의 권리 갈등은, 산모는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갖고 있으나, 태아는 전혀 의무를 갖지 않은 채 자신의 권리행사를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공유산의 문제에 있어 임신을 母와 태아사이의 권리간의 갈등의 차원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임신을 보호, 양육, 책임이라고 하는 보다 새로운 도덕적 문제로 보아야 한다. 비록 태아에게 권리가 주어진다고 해도 임신이 갖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태아의 권리와 산모의 권리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갈등을 일으킬 수 없으며, 양 권리는 정반대로 대립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임신이 특수성으로 인해서 태아의 복지는 임신을 계속할 것인지를 결정짓는 산모의 자유를 전제해야만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고 산모는 모든 경우에 임신의 계속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제한된 경우, 즉 임신으로 인하여 태아의 생명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임산부가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 임신이 여성의 자유의지에 반하여 이루어졌을 경우(강간이나 준강간에 의한 임신), 태아가 심각한 질병이나 기형아일 경우에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무조건 인공유산을 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권을 임산부에게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경우에 임산부에게 선택권을 부여한다 할지라도, 우리는 또 하나의 인간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의 도덕적 심각성을 인식해야하며 임신한 여성이 당사자로서 자기 주변적 요인과 자신의 정서적, 심리적, 물리적 능력이 자녀 출산과업을 무난히 수행할 것인지의 여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단순히 개인의 행복이나 편의를 위한 인공유산이나 책임 없는 무절제한 성행위로 인해 임신한 경우의 인공유산은 도덕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가족계획이나 피임의 실패등으로 인한 원치 않는 임신의 경우에는 인공유산을 초래하지 않는 사전예방이나 올바른 성지식을 통해 방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인공유산의 청소년들에게 거론하여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한다면, 긴안목으로 볼 때 인공유산을 방지하는데 더 없이 좋은 방법이라고 논자는 생각한다. 인공유산의 문제를 청소년들에게 거론하고자 할 때는, 기존의 논의 방식이었던 인공유산에 대한 찬반론의 구도보다는 지금까지 살펴 본 내용을 중심으로 인공유산의 문제를 어떤 규범이나 윤리이론에 근거하여 판단해 볼 수 있도록 하고, 그 규범이나 이론들이 인공유산의 문제를 판단하는데 적합한지, 적합하지 않은지를 살펴보고, 적합하지 않다면 적합하지 않은 이유와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검토하고, 어느 것이 인공유산의 문제에 가장 적합한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청소년들에게 인공유산의 문제를 거론한 후에는 궁극적으로 인공유산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용납될 수 없다는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것은 특히 요즈음과 같이 생명경시풍조가 심각한 시대에는 임신중에 있는 태아의 생명을 귀중하게 생각하는 사상이, 모든 생명존중사상의 기초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며, 또 청소년들에게 인공유산의 문제에 대한 어떤 원칙을 정해줌으로써, 인공유산이 어떤 특수한 경우에만 기존의 윤리관을 적용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차         례 =======================================

Ⅰ. 서론(1)
Ⅱ. 낙태에 대한 일반적 의식
 1. 사회적 문제로서의 낙태(4)  2. 낙태의 상식적 정당화의 한계(7)
Ⅲ. 낙태의 이론적 정당화와 태아의 도덕적 지위
 1. 황금률(13)   2. 이중결과의 원칙(17)   3. 정의의 원칙(22)
Ⅳ. 낙태와 "생명의 권리"
 1. 생명우선주의(30)    2. 개인권리 선택우선론(35)
Ⅴ. 결론(41)
참고문헌(47)     영문초록(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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