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연방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 1975.2.25


기본법 가치질서내에서 인정될 수 없는 이유를 근거로 낙태행위를 처벌하지 않게 끔 새로이 입법한 것은 기본법이 입법자에게 부여한 의무인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라는 규정과 일치하지 않는다. 인간생명의 보호가 부인(婦人)의 행동자유권에 우선한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낙태행위가 불법적인 요인이라는 데에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국가가 이와같이 부당한 낙태의 경우 언제든지 처벌하겠다고 선언하고, 또한 법실정면에서 이를 항시 감시하며 실질적으로 처벌한다면 일반적인 법인식면에서 이런 국가적인 처벌를 부당하다고 하거나 혹은 비사회적이라고 비난할 수 없는 것이다.

낙태 허용여부에 대한 격렬한 논쟁자체가 일부국민들간에 "태어나지 않은 생명체'의 가치인식에 혼란이 생겼고 입법자들 간에도 이에 대한 혼란이 야기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입법자들이 태아보호를 포기했는데 이런 포기의 권리는 헌법적(憲法的)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서방민주국가들은 오늘날 낙태에 대하여 보다 자유화시키며, 근대화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것을 근거로 낙태의 자유화가 오늘날의 세계적인 추세와 일치되는 것이며 한 국가의 토태가 되는 사회윤리 및 법적 원칙과 합치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본재판부의 법적판단에 어떤 영향력도 주지 못한다. 낙태의 자유화문제가 각국마다 자체내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도외시하더라도 우리 연방국은 우리 헌법(憲法)의 원칙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국사(國事)의 대원칙은 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명시된 헌법적인 국사는 지난 나치주의의 체제를 근거로 한 정신적 윤리적 경험을 토대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지난날의 전체국가(全體國家) 권력주의와 인간사회생활에 대한 무한정한 국가 지배주의의 모순을 인식한 나머지 규정이 내려진 헌법이다. 그리하여 기본법은 개별인간을 가장 소중히 여기며 인간의 존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데에서 제정된 것이다. 따라서 개별인간과 인간의 존엄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법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창조질서 속의 인간은 독리된 자체질서를 향유하고 있으며, 그리고 이런 인간은 삶의 존엄을 갖고 있다. 이는 건전한 인간만이 갖는 특유한 권리가 아니라, 외형적으로 살 권리가 없다고 보이는 인간에게도 적용되며 적용되어야 하는 일대 불가분의 원칙이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삶"이라는 말은 여하한 경우를 막론하고 임신후 최소한 14일 부터를 말한다. 다시 말해 태아는 생명의 주체이며 삶의 권리는 살아있는 모든 사람에게 충실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출생전의 생명체와 출생후의 생명체로 구분해서는 안된다. 완성된 인간으로부터 떼어 놓을 수 없는 전단계인 태아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인간침해 앞에서 인간생존의 안전은 위협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어떤 위법성조각사유없이 인간을 살해(殺害)한다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 서독연방헌법재판소의 전통적인 판시이다.

헌법에 대한 기본판시는 전체법질서의 해석과 그의 형성에 따라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이런 원칙은 입법자에게도 적용되는 대원칙이다. 국가정책적인 면에서 볼 때에 정당하다고 해도 헌법적인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는 또한 국민다수의 지배견해가 변했다고 하더라도 정말 그런 것인지 아닌지는 불명확하며, 설사 확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헌법적인 한계를 변경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도 된다.

살해의 위협을 받고 있는 법익의 가치에 대응되도록 살해위협행위에 대한 대응책이 강구되어야 하며, 인간생명기본가치를 위협하는 살해행위인 낙태행위에는 형법적인 처벌이 이에 적합한 것이다.

그러나 낙태행위에 대한 처벌이 어떤 합리적 이유 때문에 제한을 가할 수 있을 때는 즉 법적 합리적 이유로 말미암아 이정한 경우는 처벌하지 않아도 좋다는 제한적 보호규정은 합리적 명확성 여하여 따라 위헌이 아닐 수도 있다. 어떤 경우는 낙태가 금지되어야 하며, 어떤 경우는 낙태가 허용될 수 있는가라는 입법문제는 본재판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며 어디까진 이는 입법부에 속하는 과제일 따름이다.

 (이 판례은 현상권, 『헌법상 생명권과 낙태죄』에서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