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수, 『형법각론』, 박영사, 1999, pp. 46∼47


Ⅰ. 총설

  1. 체계

  낙태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은 부녀의 자기낙태죄(제269조1항)와 단순한 촉탁 . 승낙에 의한 이른바 동의낙태죄(제269조2항)이다. 이에 비해 의사 등의 직업에 종사하는 자가 부녀의 촉탁 . 승낙을 받아 낙태를 하는 이른바 업무상 동의낙태죄(제270조 1항)는 동의낙태죄에 비해 객관적 신분관계로 불법이 가중된 가중적 구성요건이 된다. 부동의낙태죄(제270조 2항)는 동의낙태죄보다 불법이 가중된 가중적 구성요건이다. 우리 형법상 낙태죄의 미수범은 처벌되지 않지만, 동의낙태죄 . 업무상 동의낙태죄 . 부동의 낙태죄의 결과적 가중범으로 낙태치사상죄(제269조3항, 제270조 3항)를 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 주의 : 통설은 업무상 동의낙태죄를 책임가중적 구성요건으로 본다. 그러나 신분은 행위주체를 구성하는 객관적 요소이고, 행위주체는 객관적인 불법구성요건요소이므로, 객관적 신분에 의한 형의 가중은 원칙적으로 책임가중이 아니라 불법가중으로 보아야 한다.

 

  2. 보호법익

  태아의 생명, 즉 생성중에 있는 생명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존중요구에 비추어 형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다. 낙태죄의 보호법익에 관하여는 태아의 생명을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고 임부의 생명 . 신체를 부차적인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견해(유기천, 이재상, 배종대)와 태아의 생명 . 신체를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고 임부의 생명 . 신체를 부차적인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견해(강구진, 김종원, 진계호, 정성근)가 있다.


[참고] 낙태죄의 보호법익을 일률적으로 논하기보다는 우리 형법상 낙태죄의 체계를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세분해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즉 자기낙태죄와 단순동의낙태죄 및 업무상 동의낙태죄에서는 태아의 생명만이 보호법익이 된다. 그러나 부동의낙태죄에서는 태아의 생명이 주된 보호법익이지만 임부의 의사결정의 자유도 부차적인 보호법익이 된다. 이에 비해 낙태치사상죄는 태아의 생명을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지만 임부의 생명 . 신체의 완전성도 부차적인 보호법익이다.

 

  3. 보호정도

  낙태죄의 구성요건을 그 보호정도의 관점에서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에 관해서 침해범설은 낙태를 임신중절에 의한 태아의 살해로 파악하는 데 반해(이재상), 다수설인 위험범설은 낙태를 자연분만 전에 앞서 조기에 인위적으로 배출하는 행위와 모체 내에서 행하는 태아의 살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태아를 모체 밖으로 배출하여 다시 살해했을 때, 위험범설에서는 낙태죄와 살인죄의 경합범으로 보지만, 침해범설에서는 낙태미수와 살인죄의 상상적 경합으로 보게된다.


[참고] 낙태죄가 위험범이라면 다시 추상적 위험범인가 구체적 위험범인가가 문제된다. 양자의 구별실익은 생존능력 있는 상태로 태아를 배출한 인공출산의 경우도 낙태죄가 되느냐에 있다. 이 경우 구체적 위험범설은 낙태죄의 성립을 부인하고(강구진, 98면; 배종대, 135면), 추상적 위험범설은 낙태죄의 성립을 인정한다(정성근, 87면). 낙태미수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 현행 형법체계하에서는
낙태의 의사로 분만기에 앞서 태아를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행위만 있으면 낙태죄는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분만기 이전에 태아를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우리 형법의 태도라고 보여지므로 추상적 위험범설이 타당하다. 이것이 약자 보호를 위한 헌법의 기본적 보장정신과도 합치한다.

 


  4. 낙태에 대한 규율의 경향

  (1) 낙태에 대한 논란
  형법상 낙태죄에 의한 태아의 생명보호를 어느 범위까지로 할 것인가는 형사정책적으로 가장 논란이 많은 문제 중의 하나이다.

  진보적 경향은 「내 배는 나의 처분에 속한다」(Mein Bauch gehört mir!)라는 구호를 내세운다. 이 입장은 태아의 보호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만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법익보다 언제나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태아를 정상적으로 출산할 것인가 중절할 것인가는 여성의 자연법적 권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자연법적 권리라면 태아의 생명의 불가침성도 자연법적 권리라는 사실을 이 입장은 간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이익과 태아의 생명법익 사이에는 가치교량이 필요하다는 점도 간과하고 있다.

   이에 비해 보수적 경향은 「낙태는 살인이다」(Abtreibung ist Mord!)라는 구호를 내세운다. 이 입장은 주로 기독교윤리신학에서 주장되고 있다. 즉 수태순간부터 태아의 생명도 사람의 생명과 같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입장은 일정사유가 발생했을 때 일정기간 안에 시행하는 낙태는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하는 현대사회의 낙태에 대한 형법규율의 일반적 경향을 설명하지 못한다.

  (2) 기간해결방식과 적응해결방식
  태아의 생명보호를 일정한 범위 내에서 이익교량의 대상으로 삼고 상황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에는 기간해결방식(Fristenmodell)과 적응해결방식(Indikationen-
modell)이 있다.

  기간해결방식은 일정한 기간 안에 행하여진 낙태는 언제나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낙태의 자유화에 접근하는 방식이긴 하나 그 자유의 제한은 항상 헌법적 검토의 대상이 된다. 적응해결방식은 낙태의 자유를 제한하여, 낙태의 허용기준을 임신중절에 적응하는 의학적. 우생학적 이유, 형사정책적 . 윤리적 이유 등에서 구하는 입장이다. 이 방식은 제한된 범위내에서 낙태의 자유화를 지향하는 입법태도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모자보건법도 적응해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오늘날 낙태에 관한 형법적 규율의 일반적 경향은 적응해결방식을 주로 하여 여기에 일정한 기간상의 제한을 가미하는 방식이다.

  (3) 입법론
  오늘날 만연된 성개방과 자유화된 성풍속 및 가정과 전통윤리의 붕괴로 우리나라에서 낙태율은 연간 150만 건에 달하고 있다. 이제 형법은 심각한 도덕적, 윤리적, 인간학적 근본문제를 자유화한 미명아래 외면해서는 안될 단계에 이르렀다
.

  인간존재 중 가장 약한 자가 태아이다. 낙태는 가장 약한 자를 강한 자들이 편의에 따라 살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강한 자들이 기준에 의해 가장 약한 자를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면, 그것은 점차 덜 약한 자들에게까지 미치게 되어 영아살해와 유기, 아동학대의 증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산아제한이나 아들 또는 딸의 선호를 위한 낙태는 절대로 금지시켜야 한다. 다만 태아의 생명권과 모체의 생명권이 충돌하는 경우에 한해 모체의 생명을 위하여 태아의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한 경우로는 임신을 계속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 즉 모체의 구체적 생명위험이 의학적으로 검증된 때라고 해야한다.

  그 이외의 경우, 즉 산모의 건강을 위하여라든가 우생학적 원인 . 성범죄로 인한 원인, 사회윤리적 원인(근친상간) 등은 태아의 고유한 생명권을 포기할 만큼 중대한 사유가 아니라 단지 강자들의 편의와 공리적 사고가 개재되었을 뿐이므로 낙태의 정당화 사유로 입법화하는 것은 문제이다. 이상의 제한안에서도 낙태 전에 반드시 태아를 출산시킬 가능성에 관해 전문기관과 상담하고 상담 후 일정기간 경과후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상담모델의 도입, 낙태정당화사유 확인의사와 낙태시술 의사의 분리 등이 제도화되어야 할 것이다.


Ⅱ. 자기낙태죄

  1. 의의

  자기낙태죄는 임산부가 스스로 낙태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269조 1항). 주체가 부녀에 국한되므로 신분범의 성격을 지닌다.

  2. 객관적 구성요건요소

  (1) 범죄주체
  본죄의 주체는 임신한 부녀이다. 임부 아닌 자가 본죄의 간접정범이 될 수 있는가에 관하여는, 부정설이 다수설이며 또한 타당하다. 임부 이외의 자가 설령 절대적 강제하에서 또한 임부를 속이고 약물을 복용시켜 낙태에 이르게 한 경우라도 자기낙태죄의 간접정범이 아니고 부동의낙태죄의 직접정범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행위객체
  본죄의 행위객체는 모체 내에 살아 있는 태아이다. 태아란 수태 후 형법상 사람으로 취급되는 시점까지는 생명체를 말한다. 즉 형법상 사람의 시기가 태아의 종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분만개시 후 그 완료 전에 정상분만이나 제왕절개수술이 불가능한 난산이 되어 부득이 그 아이를 살해하여 배출시킨 경우는 보통살인 내지 영아살해에 해당할 뿐 낙태가 아니다.

  (3) 행위
   (a) 낙태의 의의
   본죄의 행위인 낙태란 자연적인 분만기에 앞서서 인위적인 방법으로 살아 있는 태아를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거나(좁은 의미의 낙태) 모체내에서 살해하는 것(넓은 의미의 낙태)을 말한다. 낙태는 일종의 태아살해행위에 속하는 것이므로 단순한 상해행위나 손괴행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본죄를 추상적 위험범으로 보는 한, 일단 자연적인 분만기 전에 태아를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기만 하면 그 태아의 사망 여부에 관계없이 본죄는 성립한다. 그러나 유산되었거나 이미 사망한 태아를 인위적으로 배출시키더라도 낙태는 아니다.

  (b) 낙태의 수단 . 방법
    낙태의 수단 .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법문에는 약물 기타의 방법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나 본죄가 행태의존적 범죄라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일 뿐 특별한 방법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


  (c) 기수
   본죄는 추상적 위험범이므로 낙태행위의 종료로써 기수가 되며 낙태의 결과 태아의 생명 . 신체에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할 필요는 없다. 그리하여 협의의 낙태에서는 태아가 모체 밖으로 배출된 때 기수가 되지만, 광의의 낙태에서는 모체 내에서 태아가 살해된 때 기수가 된다. 모체 밖으로 배출된 태아를 살해하면 낙태죄와 살인죄 또는 영아살해죄의 경합범이 된다.

 
* 주의  : 우리 형법상 낙태미수는 처벌되지 않는다. 또한 낙태미수로 인해 태아가 상해를 입었더라도 상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태아에게 입힌 상해를 출산 후 사람에 대한 상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 생각건대 태아에게 입힌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상해를 출산 후 사람에 대한 상해로 처벌하는 특별한 구성요건이 없는 한 상해죄의 성립을 부인하는 것이 타당하다. 죄형법정원칙상 유추적용금지의 요구에 반하기 때문이다.

 


  3. 주관적 구성요건요소

  낙태의 고의는 최소한 자연적인 분만기에 앞서서 태아를 모체로부터 분리 . 배출시킨다는 점에 관한 인식 . 의사만 있으면 충분하고 태아의 사망에 대한 인식 . 의사가 있어야 한다.

  여아인 줄 알고 낙태를 했으나 남아이었던 경우, 또는 우생학적 질병이 있는 태아인 줄 알고 낙태를 시도했으나 정상아였던 경우에도 고의성립에 지장없다.

  4. 위법성조각사유

   (1) 모자보건법상의 위법성조각사유
   종래부터 임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낙태는 긴급피난행위로 정당화되어 왔으나 그 경우가 정당화적 긴급피난인가 면책적 긴급피난인가에 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그리하여 적응해결방식을 취하는 입법례에서는 이러한 경우를 의학적 적응사유로 실정화하고, 그 밖에도 우생학적 적응, 윤리적(형사학적) 적응, 사회적(경제적) 적응 등을 위법성조각사유로 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73년 제정된 모자보건법 제14조(1986.5.10 개정, 1987.11.29 개정)는 의학적 . 우생학적 . 윤리적 적응사유가 있는 경우에 임부 본인과 그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의사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 형법상 위법성조각사유의 체계로서는 법령에 의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2) 적응사유
    의학적 적응사유의 경우, 임신으로 말미암아 모체의 생명 . 신체에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태아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낙태가 허용된다. 이는 생성중인 태아의 생명보다 모체의 생명 .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초로 한 것이다. 여기에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한다는 것은 모체의 생명에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모체의 육체적 . 정신적 건강상태를 현저하게 해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우생학적 적응사유는 유전적 소질이나 임신중독, 임신중의 충격 등과 같은 출생 전의 유해한 영향으로 저능아, 기형아 또는 정상적인 생육을 기대할 수 없는 출산이 확실한 경우에 허용되는 임신중절사유이다. 모자보건법은 본인 또는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제14조 1호) 및 본인 또는 배우자가 전염성질환이 있는 경우(2호)에만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윤리적 적응사유에 관련하여, 모자보건법은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제14조 3호)이나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이나 인척간의 임신(4호)인 경우에 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 주의 : 모자보건법은 외국의 입법례에서 인정되어 낙태반대론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회적 . 경제적 적응사유는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의학적 적응에 장래의 정신적 건강까지 확장시키면 사회적 . 경제적 곤궁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낙태를 의학적 적응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확대는 태아의 생명보호의 관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낙태허용기간을 일률적으로 28주 이내로 하고 있으나(동법(同法) 시행령 제15조 1항), 임신 22주만 되어도 보조기구의 도움으로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명보호의 관점에서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적어도 22주 이후의 낙태는 금지하는 입법조치가 취해져야 하리라고 본다.



  5. 정범 및 공범관계

  (가) 임부가 약물 기타의 방법으로 낙태를 직접 실시하거나 타인에게 의뢰하여 실시시켰는가는 자기낙태죄의 관점에서 아무 차이가 없다. 따라서 타인에게 낙태를 촉탁한 임부는 동의낙태죄의 공범이 아니라 자기낙태죄의 직접정범일 뿐이다.

  (나) 타인의 임부의 촉탁 . 승낙을 받아 임부와 공동으로 낙태를 하였을 경우 그 타인의 동의낙태죄와 임부의 자기낙태죄 사이에 공동정범이 성립한다.

  (다) 타인이 임부를 교사하여 낙태하게 하면 임부는 자기낙태죄로, 타인은 본죄의 교사범으로 처벌된다. 

 
사례 : 임부가 스스로 낙태하려다가 신체에 이상이 생겨 당장 태아를 배출시키지 않으면 임부의 생명이 위태롭게 되자, 의사로 하여금 긴급피난의 방편으로 태아를 배출하게 했다면 임산부는 자기낙태죄의 간접정범이 된다.

 

 Ⅲ. 동의낙태죄

  1. 의의

  동의낙태죄는 임산부의 촉탁 .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269조 2항). 자기낙태죄와는 필요적 공동정범의 관계에 있다.

  2. 객관적 구성요건요소

   (1) 범죄주체
    본죄의 주체는 업무상 동의낙태죄(제270조 1항)에 열거되어 있는 의사 . 조산사 등의 특수한 업무에 종사하는 자 이외의 자를 말한다.

   (2) 행위
    본죄의 행위는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하는 것이다. 촉탁이란 임부가 낙태를 의뢰 . 부탁하는 것이고, 승낙이란 시술자 쪽에서 낙태에 관한 임부의 동의를 얻는 것이다. 어느 경우나 낙태의 의미를 이해하고 또한 촉탁 . 승낙의 결과를 판단한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임부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진의로 의사 표시를 한 경우여야 한다. 따라서 폭행 . 협박에 의해 강요된 촉탁 . 승낙이나 중대한 착오나 기망에 의한 진의 아닌 촉탁 . 승낙은 부동의낙태죄(제270조 2항)를 구성한다.


  3. 주관적 구성요건요소

  본죄의 고의로는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사실의 존재에 대한 인식 및 낙태로 태아의 생명에 위험을 미치게 하는 데 대한 인식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 만약 촉탁 . 승낙사실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낙태를 하였을 경우에는 부동의낙태죄가 성립할 뿐이다.

  4. 정범 및 공범관계

   (가) 임부의 촉탁 . 승낙을 받아 낙태를 시도하다가 임부의 생명에 위험을 초래하고 의사의 긴급피난을 이용하여 낙태하게 한 때에는 본죄의 간접정범이 된다.

   (나) 임부를 교사하여 낙태의 승낙을 받아 낙태를 실행한 자는 자기낙태죄의 교사범이 아니라 본죄에 해당한다.

   (다)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은 자가 자신이 낙태행위를 하지 않고 타인에게 촉탁하여 낙태수술을 하게 하면 그 타인이 업무자인가의 여부에 따라 본죄 또는 업무상 동의낙태죄의 교사범이 된다.

 
사례 :  임부에게 낙태를 교사하고 의사에게는 그 임부에게 낙태수술을 해주도록 교사한 경우에는 자기낙태죄의 교사와 업무상 낙태죄의 교사에 각각 해당하지만, 그 두 가지 교사행위는 2인을 교사하여 1개의 낙태행위를 실행시킨 데 불과하므로 포괄하여 중한 업무상 낙태죄의 교사범으로 처단해야 한다.



 Ⅳ. 업무상 동의낙태죄

  1. 의의

  업무상 동의낙태죄는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임산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제270조 1항). 본죄는 신분으로 인해 동의낙태죄보다 불법이 가중된 구성요건이다. 본죄의 형에 처할 때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제270조 4항).

  2. 객관적 구성요건요소

  본죄의 주체는 면허 있는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약종상에 한한다. 무면허이면서 사실상 그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의사는 반드시 산부인과 의사나 전문의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한의사는 한방의료의 업무에 종사함을 임무로 하는 면허 있는 의료인을 말한다. 조산사는 의료법 제2조 소정의 출산조력을 임무로 하는 면허 있는 사람을 말한다. 약제사는 약사법 제2조 2항의 면허 있는 약사를 말한다. 약종상은 의약품의 판매업을 경영하는 한약업자 및 의약품 도매상으로서 허가를 받은 자를 말한다.

  3. 정범 및 공범관계

  본죄의 간접정범은 성립하지 않는다. 의사와 조산사가 공동으로 낙태수술을 시행한 경우에는 공동정범이 된다. 그러나 의사와 간호사가 공동으로 낙태수술을 시행했더라도 간호사는 단지 본죄의 방조범이 될 뿐이다.

 

Ⅴ. 부동의낙태죄

  1. 의의

  부동의낙태죄는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도 없이 낙태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제270조 2항). 본죄는 낙태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의 하나인 동의낙태죄보다 불법이 가중된 가중적 구성요건이다. 본죄의 형에 처할 때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제270조 4항).

  2. 객관적 구성요건요소

  본죄의 행위는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하는 것이다. 그 수단과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폭행 . 협박 등 강제수단을 동원하거나 부녀의 무지를 이용하거나 기망하여 낙태에 응하도록 하는 것 모두 임부의 자유롭고 진지한 의사에 기초한 동의라고 볼 수 없으므로 본죄의 낙태행위에 해당한다.

  3. 죄수

  낙태와 필수적으로 결합된 임부의 신체상해는 본죄의 불가벌적 수반행위가 되어 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다만 그 범위를 초과하는 상해에 대해서만 고의의 유무에 따라 본죄와 상해죄의 상상적 경합 또는 낙태치상죄가 성립한다.

   임부임을 알면서도 그를 살해한 경우에는 본죄와 살인죄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 임부에게 낙태를 강요하여 낙태케 하였다면 본죄와 강요죄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


 

 Ⅵ. 낙태치사상죄

  1. 의의

  낙태치사상죄는 동의낙태죄 및 업무상 동의낙태죄, 부동의낙태죄의 결과적가중범이다. 동의낙태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제269조 3항). 업무상 동의낙태죄, 부동의낙태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제270조 3항). 위 각 형에 처할 때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제270조 4항). 

 
[참고] 부동의낙태죄(제270조 2항)의 형은 폭행죄보다 무거운데 그 결과적 가중범은 폭행죄의 결과적 가중범에 비해 가벼운 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형의 균형이 맞지 않으므로 입법론상 손질이 필요한 부분이다.

 

  2. 객관적 구성요건요소

  본죄는 결과적 가중범이므로 특히 중한 결과에 의한 인과관계 및 객관적 귀속이 있어야 한다. 낙태치상의 경우 낙태행위 자체가 이미 일종의 상해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 가중원인이 되는 상해는 태아의 살해 또는 체외배출에 당연히 수반되는 신체적 . 정신적 손상이나 쇠약이 아니라 자궁 또는 내장의 손상이나 정신분열적 징후처럼 생리상태를 불량하게 만드는 특별히 중한 사실이 발생하여야 한다. 

 
[참고] 낙태수술을 하다가 임부를 사상에 이르게 했으나 낙태가 성공하지 못한 경우에도 낙태치사상죄가 성립하는가?

  낙태치사상죄가 성립하자면 낙태행위가 반드시 기수에 이르러야 하는가에 관해서, 본죄는 부녀를 사상에 이르게 함으로써 종료가 되며 낙태의 기수 . 미수는 불문한다는 긍정설(황산덕, 정영석, 배종대)과 본죄는 낙태죄를 범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함으로써 성립하고, 낙태죄의 미수는 처벌하지 아니하므로 낙태가 기수에 이른 때에만 본죄의 성립이 가능하다는 부정설(유기천, 김종원, 정성근, 이재상)이 대립하고 있다. 기본범죄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서 중한 사상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라면 그 기본범죄행위가 미수이든 기수이든 전체적으로 결과적 가중범의 기수가 성립한다고 해야 한다.

 

  3. 주관적 구성요건요소

  본죄는 결과적 가중범이므로 기본범죄인 낙태에 대한 고의와 가중결과에 대한 과실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임부에 대한 사상의 결과가 행위자에게 예견가능했을 때에 본죄가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