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순, 『성감별 낙태의 의사결정』, 충북대 대학원, 1997  


- 서 론 -

성비(sex-ration)의 불균형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점차로 심화되면서 각 분야에서 문제가 파생될 전망이다. 성비는 보통 여자 1백명 당 남자 수를 나타내는 것으로 정의된다. 자연상태에서 출산 때는 아들이 많은 것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여아 1백명일 때 남아는 1백 4명, 많으면 1백 6명 정도가 태어나고, 만 2세가 되면 유전병, 질환 등으로 남아의 영아 사망율이 높기 때문에 남녀비가 거의 100:101의 균형 상태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한국 보건사회 연구원의 발표(1995)에 다르면,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출생시 성비는 정상값인 106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유교 문화권인 중국, 대만, 한국 등에서만 현저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의 성비 불균형 현상은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된 1980년대 부터 야기됐으며 날로 그 비율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1980년에는 출생시 성비가 104.3이었으나 그 이후로 급격히 증가하여 1993년에는 115.6에 이르렀다(한겨레 신문, 1996.3). 1996년 현재, 한국에서의 출생시 남녀 성비는 115로 세계에서 제일 높다.

성비 불균형은 경제, 교육, 문화 등을 포함하는 여러 사회제도에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문제를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김두섭(1995)은 성비 불균형 형상은 사회 안정, 정치적 지배, 경제 조직, 그리고 사회구조의 전반에 걸쳐서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성비 불균형 문제는 뿌리깊은 한국의 남아선호 사상에 근거한 것으로 사회학자들은 논의하고 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서의 자녀출산 동기는 아들을 낳는 것 혹은 더 많은 수의 아들을 희망하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한국은 유교 사상에 근거한 전통적인 남아선호사상이 매우 강한 나라이다. 따라서 아들을 낳는 것은 개인적인 바램의 수준을 넘어선 중대한 문제였고, 대부분의 가정은 아들을 낳기 위해 또는 많이 낳기 위해 다산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산업화와 도시화의 확산으로 인해 가족규모와 기능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었다. 이에 따라 소규모 가족에 대한 선호가 자리를 잡게 되었고 출산율 또한 지속적으로 낮은 안정화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는 남아선호 사상이 여전히 남아 있는 한편으로 소자녀 출산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렇게 뚜렷한 소자녀관과 아들에 대한 바램이 합쳐지면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서는 성비 불균형 현상이 점차로 심화되었다.

적어도 한 명의 아들을 바라는 전통적인 가치와, 적은 수의 아이를 바라는 동시대의 현실이 성감별 낙태라는 해결책을 찾으며 성비 불균형 현상을 초래하였다. 이렇게 성비 파괴는 남아선호와 같은 이데올로기의 과도기적 갈등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사회학자들은 한국의 성비 불균형 현상에 대한 많은 연구들을 실시하였다.

심리학 분야에서도 1970년대 이후 남아선호와 관련하여 가족계획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행해졌다. 1960년대에 이어 1970년대에는 전반적으로 인구 성장율이 높았기 때문에 인구 성장율 억제책으로 가족계획이 실시되었고 가족계획 행동과 관련한 많은 연구들이 한국행동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시행되었다.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한 다산경향이 가족계획 운동에 장애를 일으켰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각 분야에서는 한국인의 남아선호 사상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을 요구하였다.


1970년대에 집중해서, 남아선호사상과 관련하여 시행된 많은 연구들은 당시까지의 경향인 다산의 문제를 어떻게 줄이느냐 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 졌으며, 이러한 다산의 경향은 앞서 언급한 사회 변화들을 통해 소자녀 출산 경향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지나면서,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잔존해온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성감별 낙태라는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가족계획 및 출산행동과 관련하여 많은 심리학적 연구들이 시행되어온데 비해 최근의 성감별 낙태와 관련한 심리학적 연구는 아직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본 연구는 성감별 낙태의 문제를 심리학적 시각에서 다루어 보기로 하고 성감별 낙태와 관련된 신념과 믿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람들을 밝혀냄으로써, 성감별 낙태에 대한 개인의 의사결정과정, 즉 행위 주체가 되는 여성들의 의사결정과정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성의 의사결정과정을 보는 이유는 과거와는 달라진 가족구조나 부모-자식 관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남아선호 사상, 이데올로기가 아들을 강요하는 집단적 규범으로 작용하는 것인지 혹은 사회적 관습 안에서 자생된 여성들 스스로의 바램인지를 살펴보고, 이러한 규범이나 바램에 영향을 미치는 신념들의 내용과 중요한 참조인들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적 이론의 틀 안에서 성감별 낙태의 의사결정과정을 살펴보는데 있어서는 특히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잘 알려진 Ajzen & Fishbein의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신념 및 태도, 의도간의 관계를 설명한 이성적 행위 이론이 유용하다. 이 모델에 의하면 사람들은 의식적인 행동의도에 따라 행동을 취하고, 이 행동의도는 자신이 지닌 행동에 대한 태도와 주위의 중요한 사람들이 그 행동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를 면밀히 검토하여 결정된다고 본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성감별 낙태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서 행동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도와 주관적 규범 및 신념들을 알아보고, 행동의도가 남아선호 사상에 대한 개인의 태도와 주관적 규범중 어느 것에 더 영향을 받게 되는지 그 상대적 중요도를 살펴보게 된다. 더불어, 개인의 성격특성 가운데 특히 개인주의 집단주의적 성향, 성역할 유형 등에 따라 의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태도와 규범의 상대적 중요도가 달라지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성적 행위 이론과 개인주의-집단주의, 성역할 개념을 연관시켜볼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남아선호 그리고 이와 관련된 성감별 낙태를 결정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신념들을 밝혀낼 수 있다면, 뿌리 깊은 남아선호관이 잔존하고 태아의 상감별 행위가 묵인되어온 사회 풍토 속에서, 개개인의 자녀출산에 대한 의식과 태도의 변화를 유도해내는 것과 더불어 성감별 낙태 행동을 줄이려면 어떠한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도 줄 수 있을 것이다.


- 요약 및 결론 -

본 연구는 크게 두가지 목적을 가지고 진행하였다. 첫째, Ajzen & Fishbein의 이성적 행위이론에 근거하여, 성감별 낙태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사람들의 의도 및 태도, 주관적 규범, 태도를 결정짓는 여러 신념들, 중요한 참조인들을 밝히고, 태도와 규범의 상대적 중요도를 알아봄으로써 성감별 낙태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목적으로 하였다. 둘째, 개인주의-집단주의 및 성역할 특성과 같은 성격변인이 성감별 낙태의 의사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조사대상자로는 성감별 낙태의도와 가장 밀접할 것으로 생각되는 딸만 있는 기혼여성 집단을 선정하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85명을 대상으로 성감별 낙태에 대한 태도 설문지, 자녀가치 설문지, 개인주의-집단주의 척도, 성역할 검사 등을 실시하였다.

자료의 분석은 각각의 집단에 대해 성감별 낙태의도를 예측하는 중다회귀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성감별 낙태의도는 태도와 주관적 규범에 의해 상당히 잘 예측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성감별 낙태에 관한 이성적 행위이론의 설명력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태도와 주관적 규범의 상대적 중요도에 있어서는 태도가 주관적 규범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러한 결과는 사람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있어서 자신의 태도를 더 중요하게 여겨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개인주의-집단주의 및 성역할이 성감별 낙태의 의사결정과정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의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태도의 영향이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에서, 남성성이 낮은 집단보다는 높은 집단에서 높게 산출되었고, 주관적 규범의 영향은 개인주의보다는 집단주의에서, 남성성이 높은 집단보다는 낮은 집단에서 높게 산출되었다. 그러나 각 집단간 차이는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성감별 낙태의 의사결정과정에는 성격특성 중에서 개인주의-집단주의 및 성역할 유형과 같은 특성 변인이 그다지 효과적인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의의는 성감별 낙태의 문제를 심리학적 틀 안에서 설명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성감별 낙태의 의사결정과정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의도와 관련된 중요한 신념과 참조인을 밝혀 낼 수 있었다. 따라서 성감별 낙태행동과 관련한 문제의 해결방안 및 교육 프로그램을 고안할 때, 이를 기초로 어떤 부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넓은 의미에서 외국의 가족계획 연구와 관련지어, 의도를 결정하는 태도와 주관적 규범의 영향력을 살펴봄으로써 비교문화적 의의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가 지닌 몇가지 제한점으로는 연구의 조사대상자가 인구학적으로 대표성을 가질 만큼 많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으리란 점이다. 그러나 본 연구의 조사대상자가 모집단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겠지만 성감별 낙태의 의사결정에 대한 심리적 과정을 밝혀보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낮은 설문지 회수율 또한 하나의 문제점이라 볼 수 있다. 일차적으로 230부의 설문지를 배부한 결과 133부 만이 회수, 약 58% 정도의 회수율을 보여 누락율이 42%에 달하였는데 이때 누락된 자료가 완전히 무선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있다. 또 하나 성감별 낙태라는 주제가 사람들에게 너무 개인적이고 중요한 주제였기 때문에 비록 무기명 응답이었더라도 솔직하게 답하지 않았을 수 있다. 즉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의 작용으로 성감별 낙태의 의도가 실제보다 더 부정적인 방향으로 표명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성감별 낙태와 같은 문제는 중요한 주제이므로 앞으로는 이와 관련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연구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심리학이 이를 간과하지 않고 학문적 논의를 계속해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성감별 낙태의 의사결정과정과 같이 개인적이면서 매우 중요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심층자료의 연구가 병행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 차         례 =======================================

국문요약(ⅳ)

Ⅰ. 서론(1)

Ⅱ. 이론적 배경(5)
 1. 남아선호에 대한 심리학의 연구결과(5)
 2. 이성적 행위 이론(9)
   1) 이성적 행위 이론(9)   2) 이성적 행위 이론의 적용(11)
 3. 개인주의-집단주의(13)  
 4. 성역할 유형(16)

Ⅲ. 연구목적 및 연구문제(19)

Ⅳ. 연구 방법(21)
 1. 예비 연구(21)
  1) 조사 대상자(21)        2) 도구(21)      3) 분석절차(22)
 2. 본 연구(23)
  1) 조사 대상자(23)        2) 도구(23)      3) 절차(26)

Ⅴ. 결과(27)
 1. 조사대상자 집단의 인구학적 특성(27)
 2. 성감별 낙태의 의사결정과정(30)
 3. 개인주의-집단주의에 따른 성감별 낙태 의사결정과정의 차이(34)
 4. 성역할 유형에 따른 성감별 낙태 의사결정과정의 차이(36)
 5. 자녀가치에 대한 태도(38)

Ⅵ. 논의(41)         

Ⅶ. 요약 및 결론(46)

참고문헌(49)     Abstract(54)
부록(설문지)(56)    감사의 글(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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