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경시 풍조와 한국 교회가 할 일

 

==================== 김일수, 『개혁과 민주주의』, 교육과학사,1996 ====================

 

1. 인명의 신성성

사람의 생명은 귀하다 못해 신성하다. 이 생명은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은 각 사람의 고유한 몫이기 때문이다. 이 생명을 거룩하고 영원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참 사람과 참 하나님이 되신 예수그리스도께서 친히 고난의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가 사흘만에 부활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생명은 그 자체가 목적일 뿐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될 수 없다.

인간성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다시금 인간이 존귀하게 대접받는 인간다운 사회를 건설하고 발전시키자면 모든 법질서와 윤리질서 및 사회질서가 인간의 생명을 불가침, 불가양적인 권리로 승인하고 이를 신성시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우리 헌법상 생명권에 관한 명문규정은 없다. 그러나 생명은 신체의 자유를 규정한 기본적 인권의 당연한 전제일 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근본규범으로 삼는 기본권질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인간의 생명이 전제되지 않은 자유와 권리,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등은 공허한 개념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각종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질서내에서 생명권은 명문규정 유무에 관계없이 당연한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되지 않으면 안된다.

법익보호를 주된 임무로 삼는 형법질서내에서 최상위의 법익에 해당하는 것이 또한 인간의 생명이다. 그것은 인간의 생명이 건강, 자유, 명예, 재산 등 그 어떠한 가치보다 귀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의 생명은 법익피라미드의 정점을 이룬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생명은 인간이 윤리적 인격주체로서 자유로운 발전을 지향하여 스스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본적 토대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생명은 최대한으로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법의 도덕성은 인간의 생명을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지 않고 목적 그 자체로서 존중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각자의 생명은 그 자체로서 고유한 존재가치가 있고 그것을 포기하려는 개인의 자의적이고 주관적 처분행위에 의해 좌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비록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싶어 인간 이하의 극악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람에게도 헌법질서를 포함한 모든 법질서는 그 역시 인간이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그에게도 고유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어야 한다.

법으로부터 생명의 박탈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상황은 정당방위나 방어전쟁에서의 살인뿐이다. 극악한 범죄인에 대한 형사처벌의 과정에서도 이러한 정당방위상황이나 방어전쟁상황에서 허용되는 살상과 같은 현재의 위법한 침해행위라는 전제조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였기 때문에 사형을 받아 마땅하다는 주장이나 일반인의 범죄억지효과를 노려 기왕의 극악한 범죄인에게 사형을 과하고 집행하는 행위는 목적 그 자체로서 존중되어야 할 개인의 생명을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보장 및 생명권 존중의 요구에 반한다.

그러나 인간 생명의 신성성을 모독하고 생명절대보호의 원칙을 상대화하는 갖가지 현상들이 오늘날 생명존중에 관한 우리의 법의식을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한 반생명적 풍조는 개개인의 범죄현상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국가와 사회의 잘못된 법관행과 사실상의 폭력일 수도 있다.


2. 생명경시 풍조의 실상

어느 새 우리 사회는 폭력 . 마약 . 성범죄, 시도 때도 없는 부녀자 납치 . 인신매매 등 흉악범죄에 휩싸이게 되었다.

지난 10년간 흉악범죄는 계속적인 증가추세에 있다. 1981년에 8,125건이던 발생건수가 1990년에는 11,440건에 달하여 약 40.8%의 증가를 보인 것이다. 1988년에는 9,298건이 발생했으나 1989년에는 10,412건이 발생하여 전년보다 1,114건, 12.0%가 증가했다. 1990년에는 전년보다 1,028건, 9.95가 증가하여 증가율이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흉악범죄의 증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1989년, 1990년을 비교하여 살인은 578건에서 666건으로, 강도는 4,085건에서 4,195건으로, 강간은 5,102건에서 5,519건으로 각각 증가하였다. 이른바 가정파괴사범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강도강간사범은 1981년에 121명에서 1990년에 643명으로 늘어나 10년 동안에 431.4%가 증가한 셈이다. 이러한 흉악범죄는 국민생활에 가장 큰 공포감을 주는 것으로 그 증가는 우리 사회의 생명에 대한 경시풍조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흉악범의 만연현상은 어제 오늘에 나타난 일이 아니다. 이미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전반기에 걸쳐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범죄발생의 증가와 범죄수단의 흉포화 . 집단화 . 대형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그 예방과 범인검거의 저조현상은 20여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1972년 심각한 민생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30 수사대'가 서울에 설치된 적이 있었으나 그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유야무야 되어 버렸다. 충격적인 범죄들로 인해 시민의 원성이 높아질 때마다 정부는 가중처벌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함으로써 국민의 따가운 여론을 진정시키려 해왔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은 1961년 6월 20일 제정된 후 1980년 12월 18일까지 두 차례 개정을 통해 가중처벌을 강화해 왔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1966년 2월 23일 제정된 후 1984년 8월 4일까지 무려 다섯차례 개정되면서 처벌의 강도를 더해 갔다. 이것도 모자라 1989년 3월 25일 이 법률의 여섯 번째 개정에서는 인신매매범죄에 대해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중처벌토록 하는 한편, 가정파괴범에 대해서는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최고형을 과하고 있다. 그후 몇 달이 지나지 않은 지금 정부는 조직폭력배 . 인신매매범 . 퇴폐업소 . 그린벨트훼손 등 민생치안사범을 근절시키기 위해 현행 관련법규의 형량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하여 이 같은 민생치안사범이 근절 . 완전소탕될 때까지 특별수사기동대를 설치 . 운용하겠다고 하고 있다. 1990년 12월 31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특정강력범죄에 대한 소송절차상의 특칙 등을 두어 이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보호에 나서고 있으나 흉악범죄는 오늘까지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1990년 10월 13일 정부는 대범죄전쟁을 선포하였고, 그 직후 전국 경찰의 65%에 해당하는 외근경찰에게 총기가 지급되었고, 교통경찰도 관내를 순시하는 경찰도 모두 총기를 휴대하고 나섰다. 그후 경찰관에 의한 총기사고가 빈발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주차시비가 발단이 되어 일어난 이웃집과의 시비를 앞갚음하기 위해 경찰관이 총기로 그 일가족을 몰살하려 한 끔직한 범죄도 발생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또 하나의 인명경시 풍조의 예는 막대한 교통사고 사망률이다. 교통사고발생건수는 1981년의 87,119건에 비해 193%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이것은 같은 기간의 전체 범죄증가율 87.1%를 훨씬 넘어서는 수치이다. 한편 1990년의 교통사고 사망자수와 부상자는 1981년에 비하여 각각 112.4%, 90.3%가 증가하였고, 재산피해액도 1,539% 증가하였다. 1989년과 비교하여 사망자수는 2.2%, 부상자수는 0.5
% 감소하였으나 1990년도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2,325명, 부상자수는 324,229명으로, 1990년 한해 동안 하루 교통사고로 죽은 사망자는 평균 34명, 부상자는 평균 913명에 해당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제일의 교통사고 왕국이란 별명을 얻게 되었다.

1990년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수를 보면 일본이 9.1명임에 비해 우리 나라는 28.8명, 부상자수는 일본이 639.3명임에 비해 우리 나라는 757.7명이었다. 인구비에 의한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부상자수에만 비슷할 뿐 사망자수 대비에는 우리 나라가 월등히 높다. 이것은 결국 같은 교통사고라도 건강이나 인적 피해의 정도가 훨씬 높다는 것, 즉 대형사고가 많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고, 그 원인이 음주, 과속, 난폭운전 등이라는 점에서 우리 나라의 도로교통은 인명을 존중하지 않는 위험사고의 다발지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도 규칙준수가 생활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 나라의 도로 교통에서는 보다 엄격한 규칙준수가 요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981년 12월 31일 제정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교통참여자들의 부주의운전과 만심운전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판단된다.

더 나아가 또 하나의 부끄러운 인명경시 풍조가 사형제도의 존속과 빈번한 사형집행에서 발견된다. 1970년부터 1990년까지 20년 동안 우리 나라에서는 모두 273명에 대한 사형집행이 있었다. 1972년에 34명, 1974년에 58명, 1976년에 27명, 1977년에 28명, 1982년에 23명에 대해 각각 사형이 집행되었다. 그러나 실제 사형선고된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아 1960년부터 1989년까지 우리 나라에서 사형선고된 사람의 수는 총 708명이며 이는 연 평균 26명 꼴에 해당된다. 최근 수년간 일반법원에서도 흉악범에 대해 비등하는 여론의 영향으로 사형을 선고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 연 평균 20건에서 30여건에 해당하는 강력사건 범죄자들에게 사형이 선고되고 있는 형편이다.


오늘날 사형이 점점 폐지되어 가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1980년 8월 25일 개최된 범죄예방과 범죄자 처우에 관한 제6차 유엔회의에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와 상호협의의 지위에 있는 인권관련 42개 민간국제기구는 "모든 사형존치국이 사형집행을 중지하도록 촉고하며 유엔총회가 전세계적인 사형폐지를 촉구하는 선언을 선포할 것을 요망하고 모든 인권관련 민간기구들이 사형제도폐지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적 . 국제적 차원의 노력을 경주하도록 촉구한다"는 내용의 합동성명서를 제출했다. 특히 국제사면위원회는 1989년을 세계사형폐지캠페인의 해로 정하고 대대적인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이 대대적인 세계시민운동의 와중에서도 1989년 8월 4일 7명의 흉악범에게 사형을 집행함으로써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세계인의 양심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6공에 들어와서도 우리 나라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사형집행을 실시하고 있다. 사회병리적인 범죄원인을 규명하고 그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려고 하지 않고 온갖 민생치안부재의 원인을 일단의 흉악범들의 잔인성 탓으로 돌리려는 은폐된 위장심리가 국가의 사형집행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우리 나라의 형사정책이 인간존중성에 바탕을 둔 합리적 . 인도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증오를 부추기고 인간을 박멸하는 응보감정에 치우친 것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이다. 살상범죄의 규율을 통해 타인의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일깨워 주어야 할 국가 스스로 생명존중의 타부를 깨뜨림으로써 인명경시의 풍조는 점점 만연되어가고 있다. 국가는 사형에서 합법성과 도덕성을 혼돈해서는 안된다. 비록 사형집행이 합법적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을 비롯한 모든 법질서가 근본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보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적어도 도덕성의 차원에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합법적이더라도 도덕성 차원에서 의심을 받는 권력작용은 절제되어야 마땅하다. 생명을 경시하고 파괴하는 사형제도를 두고 계속적 . 반복적으로 사형을 집행하면서도 생명법익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는 혼란이요 자기모순일 뿐이다. 결국 사형집행을 통해 인명중시의 풍조가 정착되거나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인명경시 풍조만 만연시킬 따름이라는 사실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 사회에 고질화된 가장 심각한 인명경시 현상인데도 보통사람들은 그것이 죄가 되는지조차 모르고,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저지르는 악행이 낙태이다. 1970년대 경제정책과 더불어 입안된 <모자보건법>이 낙태의 합법적인 출구를 열어주고 공권력이 낙태에 관해 동기유발을 조장함으로써 우리 나라에서는 연 85만 건의 공식적인 낙태가 행해지고 있고 비공식적으로는 150만 건에 달하리라는 추산이다. 태아도 생명을 가진 인격체로 보호되어야 할 터인데 우리의 현실은 태아를 신체의 일부만도 못한 물건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합법적인 인공유산의 제도가 마련된 나라에서는 합법적인 낙태라는 이름 아래 매년 놀랄 만한 낙태가 행하여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간 150만 건('85년), 일본은 약 50만건('87), 프랑스는 약 17만건('87), 서독은 약 8만6천건('84), 소련은 650만건('87), 우리 나라는 150만건('85)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이밖에도 숨겨진 불법적 낙태는 상당한 숫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불법적인 낙태에 대해서 재판기관의 신경마비로 낙태는 광범위한 자유의 폭을 누리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인구보건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60년대초 10만건에 달하던 낙태가 '70년대 초는 31만4천8백90건, '78년에 1백만, '85년에 150만건으로 증가되었다. 또한 '84년 갤럽조사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나라 기혼여성들 중 44.2%가 한 번 이상의 인공유산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빈도수는 최근의 조사에서 약 70% 정도까지 상승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그런데 낙태수술이 급증했는데도 불법적인 낙태죄가 현실적으로 적발되어 처벌되는 비율은 매우 낮다. 1989년 제1심 형사공판사건 중 낙태죄로 기소된 사건은 단1건이었고 그나마 선고유예로 종결되었다. 1989년도 검찰이 처리한 낙태죄는 총 26건이었다. 그 중 구속기소는 2건, 구약식기소(벌금)가 5건, 나머지는 모두 불기소처분이 되었다. 1990년도 검찰이 처리한 낙태죄는 총 30건이었다. 그 중 구속기소는 한 건도 없었고 불구속기소가 1건, 구약식기소가 4건, 나머지는 모두 불기소처분 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형법상 낙태죄의 규정은 실효성을 잃었으므로 낙태죄의 규정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낙태죄의 규정은 아직도 유효하며 합법적인 낙태를 가장한 불법적인 낙태를 막기 위한 사회보장적 조치와 최후수단으로 발동되어야 할 것이라는 조건하에서 사법적인 조치도 강화되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낙태죄에서 무기력해진 부분은 처벌과 제재기능일 뿐 태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규범 인도적 기능은 항상 유효하다. 150만건의 낙태가 합법적인 의료시술이란 이름 아래 자행되는 오늘날 낙태왕국 상황에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규범인도적 기능은 더욱 절실한 호소력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 나라의 검찰이나 법원이 태아의 생명보호에 관하여 지금까지 취하여 온 미온적인 태도나 제재포기의 태도는 시정되어야 한다. 사법기관이 낙태죄 처벌을 눈감아 준 인상을 일반인들에게 심어 준 동안에 낙태율은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온갖 인명경시적인 살상범죄와 가정파괴범도 따라서 급증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반성하고 검토해야 되리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만연된 성개방과 자유화된 성풍속 및 가정과 전통윤리의 붕괴로 우리 나라의 낙태율은 미국의 그것을 능가할 정도로 높아졌다. 더욱이 <모자보건법>의 제정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법적인 문이 열리자 이번에는 우리의 성풍속과 성개방적인 생활태도 및 가정의 붕괴가 더욱 심화되어 낙태의 양상을 가능하는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낙태죄의 소추나 제재를 아예 포기해 버림으로써 규범의 실효성을 박탈해 버리는 현상은 재고되어야 할 일이다. 인간존재 중 가장 약한 자가 태아이다. 낙태는 가장 약한 생명을 강한 자들의 자의와 편의에 따라 살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강한 자들의 임의적인 기준에 따라 가장 약한 자를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면 그것은 점차 덜 약한 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영아살해와 유기, 아동학대의 증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산아제한이나 아들 또는 딸의 선호를 위한 낙태를 절대로 금지시켜야 한다. 강간 또는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유전적 . 우생학적 이유로 인한 낙태는 이를 일반적으로 허용해서는 안되고 근본적으로 이를 회피하고 극복하기 위한 의료기술의 개발과 사회복지제도의 확충에 국가적 . 사회적 노력과 재원이 투여되어야 할 것이다. 부득이 이러한 경우에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할 것이라면 3개월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낙태시술 의사를 제외한 의사 . 법률가 . 사회사업가 . 성직자 등으로 구성되는 심의기구의 심의를 거친 뒤 허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사상, 19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