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사건 1위

 

김진세,한국사회 무엇이 문제인가(인간관계의 기본에 관하여)』,나남출판,1999,pp.27~29 

 

우리 사회가, 건물로 말하자면 기초 부분부터 금이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고 걱정을 하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폭력사건의 격증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한국이 폭력사건에서 세계1등이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지난번 대검찰청 강력부에서 인용한 '인터폴'통계를 보면 1995년 말 현재, 미국이 인구 10만명 당 폭력사건 418.33건으로 1위이고, 우리가 408.02으로 2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연간 약 1백만 건에 이르는 즉결사건 중 약 20~30%이상으로 추정되는 폭력사건 수를 합하면, 실제로는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폭력사건 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1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같은 통계를 보면 일본이 13.92건, 태국이 27.16건, 말레이시아가 15.48건, 인도네시아가 4.67건으로 나옵니다. 우리의 폭력사건의 경우 상대적으로 많기는 했어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4, 5등 정도의 수준이었는데, 몇 년 사이에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폭력화(暴力化) 현상'이 인간관계의 단절이라는 이사회의 암울한 단면(斷面)을 직설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폭력사건의 동기(動機)를 보면 나타납니다. 폭력사건 중 제일 많은 것이, 모르는 사람끼리 눈이 마주쳤을 때, "이XX, 왜 째려봐?"하고 시비가 되는 경우이고, 다음으로 많은 유형이 어깨가 부딪치거나 차가 부딪쳤을 때 "이XX, 왜 쳐?"하고 욕설이 오가다 주먹다짐으로 발전하는 경우입니다. 평소에는 점잖던 사람이 차만 몰면 난폭해져서 법규를 위반하고 폭언(暴言)을 예사로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옷깃만 스쳐도 전생(前生)의 인연(因緣)이라는데 사람을 만났을 때 따뜻한 인사(人事)말 대신 숫제 외면하거나, 아니면 마치 링 위에 마주 선 권투선수처럼 서로 눈싸움을 벌이다가 폭언과 주먹다짐으로까지 발전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나라, 유감스럽지만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슬픈 자화상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폭언과 폭행, 난폭운전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살다보니까 우리는 어느새 "사람 사는 세상,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 그렇겠지"하고 체념하고 마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이야 말로 큰 착각입니다. 우리 모두가 '폭력불감증'(暴力不감症)에 걸려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폭력화 현상, 폭력의 급격한 확산, 현상은 유독 우리 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제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