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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아..
오랜만이지.
늘 네게 하고픈 말들이 한가득 있지만.. 참고 또 참고.. 견디고 또 견디다 들른 거야.
네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져서 아직도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 내려...
며칠 전 언니가 네 태교 일기를 가져와서 펼쳐 보는데..
엄마는 너무 가슴이 아파서 못보게 빼앗고 숨겨 버렸단다..
언니가 네가 보고 싶어서 보는데 못 보게 한다고 섭섭해 하고..
엄마는 일기장만 봐도 아기 생각에 슬퍼지니까 그냥 보지 말고 넣어 두자고 언니를 설득했단다...
아기가 다시 찾아 오지는 않는지... 늘 엄마 배를 만지며 동생을 기다리는 언니를 봐도...
아기를 안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네 생각이 나서 엄마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아무렇지 않은 척..아빠 앞에선 내색도 못 하고..
아빠도 널 많이 안타까워 할 거야...
왜이렇게 네가 가고 나서는 티비에서 유산에 대한 말들, 임신에 대한 말들, 출산에 대한 말들이 그렇게나 잘 들리는지..
그럴 때마다 엄마는 얼음이 된다...
아가.. 엄마 아기 소원아..
엄마가 너보다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남들한테 너의 존재를 밝히지도 않고 무리해서 미안해..
하루 이틀 쯤.. 까짓껏 며칠 쉰다고 큰일나는 것도 아니었는데.. 뭘 위해서 그렇게 일한다고 난리를 쳤는지...
네 목숨이 달린 문제였는데 뭐가 그렇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너의 존재를 숨기고 일을 했는지...
그 까짓껏... 엄마 아빠 언니가 좀 덜 먹고 덜 입으면 되었을 것을...
그 까짓 일 때문에... 네 목숨이 사라지는 줄도 모르고...
정말 그렇게 핏덩이로 쏟아져 내릴 줄은 정말 몰랐어...
미안해.. 아가.. 널 차가운 변기 속에 흘려 버린 엄마를 용서해 줘...
미안해.. 처음 2주 동안 설사해서 아무것도 못 먹으면서 살빠진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좋아한 엄마를 용서해 줘..
네 존재를 조금이라도 빨리 알았다면 병원으로 달려가 영양제라도 맞았을 것을... 쫄쫄 굶어가며 네가 자랄 수 없게 한 이 무식한 엄마를 용해 줘...
아가...
아가...
내 아가...
미안하다. 미안하다.. 엄마가 다 잘못했다.
하늘 나라에 부디 올라가 편하게 쉬다가 어떤 모습으로든 다시 만나자.
엄마가 알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다음엔 질긴 목숨 갖고 이 세상에 와서 질긴 인연 맺으며 살아보자.
아가...
널 생각하면 숨을 쉴 수가 없다...
6개월이 지나도 이 감정은 그대로구나..
아.. 다음 달이면 네 예정일..
엄마가 미치지 않고 7월을 잘 견딜 수 있을까..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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