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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 '길거리 식품' 되나
[일간스포츠 전경우 기자] 피임약을 둘러싼 논쟁으로 미국이 시끄럽다.
최근 FDA(미식품의약국) 자문위원단이 '모닝 애프터 필'라는 응급 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시키라는 권고를 내리자, 보수적인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FDA 자문위원단은 지난달 4명 반대, 23명 찬성으로 이 피임약을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시키는 안건에 동의했다. 이 피임제는 섹스 후 72시간 내에 복용하면 임신을 막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보수파의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49명의 공화당 의원들은 부시 대통령에게 '모닝 애프터 필'에 대한 일반의약품 전환시도를 무산시키라고 촉구하는 등 맹렬한 반대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토미 톰슨 미 보건 복지부 장관도 선뜻 입장을 밝히지 못한 채, 다만 다음달에 정치적 판단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따라 이 문제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사후 응급 피임약에 대한 논쟁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있어 왔다. 일정한 시간 안에 사용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는 사후 피임약을 처방해 줄 의사를 찾지 못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등 부작용이 심하다며 하루빨리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반면 응급 피임약을 의사 처방 없이 누구나 손쉽게 살 수 있게 되면 청소년들이 섹스에 관대해지고 이 때문에 성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의사 출신으로 플로리다 공화당원인 데이비드 웰돈은 "우리는 이 약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짐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성병 증가를 우려한다. 미래를 책임질 우리 청소년들이 불임과 에이즈 등 심각한 피해에 시달리게 될 것을 누가 원하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FDA도 결론을 쉽게 내리지 못한 채 오랜 시간 고민을 해 왔고, 거듭된 회의와 청문회 등을 통해 응급 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으로 야기될 위험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 대부분이 자발적인 판단에 따라 섹스를 하고 있고,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만큼 사후 피임약도 결국 콘돔처럼 슈퍼에서 누구나 구입할 수 있게 돼야 한다는 현실론이 설득력을 더 얻고 있다.
전경우 기자 woo@ilgan.co.kr- Copyr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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