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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조기유학](1) 술집·PC방 한국말 ‘시끌’
지난 2일 저녁 한국 유학생이 밀집해 사는 중국 베이징의 우다오커우(五道口). 한글 네온사인이 빛을 발할수록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한국 유학생들의 숫자도 늘어갔다. 거리는 온통 한글 광고판과 한국말로 넘쳐났다. 마치 서울의 대학로나 홍대앞 거리를 연상케 했다. 한국 유학생들이 즐겨 찾는다는 ㅌ술집. 이미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한눈에 중·고생임을 알 수 있는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담배를 꼬나물고 신년축하 맥주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중국 생활 8개월째인 최모군(17)은 “유학생들이 모여있는 국제반에서 공부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실력이 안돼 중국인반으로 옮기지 못했다”며 “중국애들도 한국 학생들이 면학분위기를 망친다며 같이 공부하길 꺼린다”고 말했다. 다른 자리에 있던 김모군(16)은 “한국 학생들끼리 어울리니 술을 마시게 되고 그러면 다음날 지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업시간에 잠을 자면 양반이고, 고스톱을 치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군은 “중국인 선생님들도 (아예 포기하고) 애써 말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근처 PC방도 어김없이 담배를 입에 문 한국 청소년들로 가득차 있었다. 대부분 한국 친구들과의 채팅에 열중하고 있었다. 몇몇 남학생은 여학생을 무릎 위에 앉히고 웃으며 대화하고 있었다.
중국동포 아줌마와 함께 산다는 중학생 서모양(15)은 “말이 안통해 인터넷이라도 안하면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라며 “엄마한테 전화가 오지만 아줌마가 ‘열심히 공부한다’고 말해준다”고 밝혔다. 박모양(15)은 “엄마가 중국어라도 배우라며 억지로 보냈다”며 “당장이라도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울먹였다.
우다오커우의 거리는 또 ‘룸메이트 급구’라는 한글광고가 넘쳐났다. 한 광고문에는 ‘인종·나이·성별 불문’이라고 적혀 있었고 월세 비용과 시설 내용 등이 빼곡히 쓰여 있었다. 베이징에서 자녀 2명을 학교에 보내고 있는 ㅅ씨는 “어린 학생들이 버젓이 동거하다가 한국에서 부모가 오면 한 쪽이 짐을 싸들고 근처 친구집으로 이동했다가 부모가 가면 다시 돌아오는 일을 흔히 본다”며 혀를 찼다.
낙태시술 안내 전단지도 눈에 띄었다. 베이징대 유학생 김모씨(27)는 “지난해 낙태를 6번이나 했다는 여고생 얘기가 알려져 교민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면서 “한 중국 병원은 아예 ‘서울 강남의 병원들이 사용하는 낙태시술기를 사용한다’는 광고를 내며 임신부들을 끌어모으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김씨는 “일부 학생들은 일본제 오토바이를 끌고 다니며 폭주족 행세를 하고 있어 현지 중국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일부 학부모와 학원 관계자들은 너무 부정적인 면만을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베이징 청산학원 이동이 원장(34)은 “미국이나 캐나다 등도 조기유학생 10~20%가 적응을 못한다”며 “최근 들어 학업에 뜻이 있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주부 홍명희씨(46)는 “일부 학생들 때문에 전체 한국 학생들이 문제아로 찍히는 일이 많아 속상하다”면서 “조기 유학생들 사이에 면학 분위기가 빨리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베이징/김준일기자anti@kyunghyang.com=홍인표
베이징특파원·김인수·김준일·허유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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